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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추 (晩秋, 1966)
만 추 ( 晩 秋 )
1966 년 대양(大洋)영화사에서 제작하였으며 김지헌(金志軒)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이만희(李晩熙)가 연출, 주연은 문정숙(文貞淑)ㆍ신성일(申星一)이 맡았다.
모범수로 특별 휴가를 얻어 고향을 찾아 가던 여주인공은 열차 속에서
위조지폐범으로 수배 중인 한 사나이를 만나 깊은 사랑을 나누고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지만 그 사나이는 쫓기는 몸이라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그녀가 다시 입소하는 철문 앞에서 만나게 되나 그 자리에서 형사에게 체포되고,
사나이는 형사의 양해를 얻어 그녀를 위해 사 왔던 내복을 전한다.
얼마 후에 석방 될 그녀와 이제 체포된 사나이의 만감이 얽힌 이별을 그린 작품으로
제 5 회 청룡상에서 촬영상, 제 10 회 부일(釜日)영화상에서 작품상ㆍ여우연기상(文貞淑),
제 3 회 한국연극영화예술상에 연출상ㆍ연기상ㆍ각본상 등을 받았다.
늦은 가을, 부정한 남편을 살해한 죄로 10 년형을 언도 받고 복역중이던 혜림은
형기를 2 년 남기고 8 년만에 특별 휴가를 받아
속초에 있는 어머니 산소를 벌초하러 가는 길에 오른다.
냉철한 교도관과의 동행으로 기차에 오른 혜림은
맞은 편 자리에 누워 잠을 자던 민기를 본다.
민기가 덮고 자던 신문지가 떨어지자 혜림은 살포시 다시 덮어 주며
자신의 머리핀으로 고정시켜 주는 자상함을 보인다.
중간에서 교도관은 돌아가고,
혼자 남은 혜림에게 민기가 좀 전의 일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다가 오지만 혜림은 냉정하게 대한다.
혜림의 배려에서 누나를 떠올렸다는 민기는
어둡고 슬픈 표정의 혜림에게 계속 말을 걸며 속초까지 따라 간다.
어머니 산소에 도착한 혜림은 벌초를 하며 슬픔을 가누지 못해 소리내어 우는데,
그 옆으로 민기가 다가 와 위로해 준다.
처음으로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혜림.
자연스레 속초 마을을 돌아다니던 두 사람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민기는 혜림에게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아무 것도 묻지 않는다.
속초 호텔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던 중,
민기는 처리 할 일이 있다며 잠시 어딘가에 다녀 오겠다고 나가고
혜림은 그를 기다리다 다음날 3시까지의 입소를 위해 기차역으로 떠난다.
뒤늦게 돌아 온 민기는 혜림을 찾아 기차역으로 가서
아슬아슬하게 혜림의 기차에 올라 재회한다.
자신과 함께 다른 곳으로 가자는 민기의 말을 거절하고 혜림은 교도관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이 살인죄로 복역중인 죄수라고 말한다.
사실 민기도 조직 폭력배의 일원이었고,
보스에게 치명상을 입히고 도주 중이었다.
혜림, 민기, 교도관은 함께 기차에 오르고 잠시 기차가 멈춰 선, 사이
혜림과 민기는 격정적인 정사를 나누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안타까운 이별의 순간은 다가 오고야 만다.
정사 후, 도망치자는 민기의 권유를 뿌리치고 혜림은 교도소로 돌아온다.
그들은 교도소 앞에서 안타까운 이별을 한다.
혜림과 민기는 2 년 전 오늘 호숫가 공원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었다.
혜림은 약속을 지켜 2 년 후인 지금 출옥해 눈을 맞으며 민기를 기다리나
민기는 경찰에 체포되어 차디찬 형무소에 갇혀 있다.
혜림은 기다림에 지쳐 상처 받은 가슴을 안고 어디론가로 떠난다.
<만추> 테마 음악
<만추(晩秋)의 여인'> 문정숙
그 유명한 영화 ‘만추’(李晩熙 감독)를 나는 보지 못했다.
깊어 가는 가을의 공원, 쓸쓸한 벤치.
주변엔 낙엽이 딩굴고 또 바람에 우수수 지고...
바바리 코트 깃을 올리고 벤치에 앉아 누군가 기다리는 우수에 젖은 여인.
그가 기다리는 사람은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만추’를 본 사람들의 가슴을 아직도촉촉하게 적셔 주는
이 장면을 보지 못한 것이다.
이 영화가 개봉됐던 60 년대에는 영화관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는
학생신분(게다가 한심한 ‘범생’)이었고 성인이 되고 나서도
한참동안 한국영화에 대한 불신이 컸던 탓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문정숙(文貞淑)씨의 서늘한 눈매,
우수와 정열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는 내 가슴속에도 뚜렷한 각인을 남겼다.
그가 출연한 영화의 스틸 사진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안겨 준 드문 배우였기 때문이다.
<7 년만의 외출>에서 지하철 환풍구 위에 선 마릴린 먼로의 모습도 강렬하지만
문씨의 경우는 뒷 모습을 담은 한 컷의 사진만으로도 숨을 멈추게 한
미국의 현대무용가 마사 그레이엄과 더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새봄이 오는 길목을 <만추>의 여인이 떠나갔다.
한국영상자료원이 6 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영상자료원 시사실에서
‘문정숙 회고전’을 열려 던 참에 주빈이 개막식에 참석도 못하고 간 것이다.
<만추>의 여인에겐 그 것이 더 어울리는 모습일 수도 있겠지만
남은 사람은 그 뒷모습에 또 다시 가슴이 젖는다.
문씨의 별세를 전하는 기사들은 그가 1927 년 평북 선천에서 태어 나
북한의 공훈배우까지 지낸 언니 문정복씨의 영향으로 연극무대에 섰다가
영화에 데뷔해 300 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지난 80 년대 초 한 신문인터뷰에서는 400 여편에 출연했다고
그 자신이 말한 것으로 나온다.
데뷔작품도 52 년 신상옥(申相玉) 감독의 <악야>와
56 년 유현목(兪賢穆) 감독의 <유전의 애수> 등 각각 다른 기록이 뒤섞여 있어 혼란스럽다.
아직 체온이 느껴지는 스타의 기록이 이처럼 부정확한 것 또한 쓸쓸한 느낌을 안겨 준다.
기록에 무관심한 우리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워낙 많은 작품에 출연한 탓에
데뷔작을 그 자신 착각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생전에 그가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은 작품이 <만추>가 아니라
같은 감독의 <시장>이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만추>는 홍성기(洪性麒) 감독의 <실락원의 별><애원 의 고백>,
이강천(李康天) 감독의 <나는 속았다>, 권영순(權寧純) 감독의 <흙>,
이만희 감독의 <주마등><귀로><검은 머리><7 인의 여포로> 등 과 함께
“기억되는 작품들” 중 하나로 꼽았을 뿐이다.
<만추>도 <시장> 도 네가필름이 없어져 버려 고인의 뜻을 헤아리기 어렵게 됐지만
그를 다듬어 낸 이만희 감독처럼 그도
한국영화의 한 신화(神話)가 될 것은 분명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임영숙 대한매일 논설위원 ysi@kdaily.com
대한매일 2000.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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